전재근 - 1집 [VIGNETTE]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 된 10개의 비네트
재즈 베이시스트 전재근 첫 앨범 < Vignette >

재즈 베이시스트 전재근이 그의 첫 앨범을 냈다. < Vignette >.
음반은 제목답지 않다. 평소 과묵하던 그였는데 그간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나 보다. 어떻게 참았을까? 앨범엔 그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하다. 활발한 활동으로 많은 국내 팬들에게 그의 연주를 각인시킨 지 이미 오래됐지만 그에 비해 첫 앨범은 다소 늦은 편이니까. 쌓고 쌓아놨던 것을 이제야 풀어놓았다.
< Vignette >엔 10곡이 담겨 있다. 모두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하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첫 트랙인 ‘Response Selection’이나 ‘In Secret’ ‘Romans 8’에서는 아릴드 앤더슨(Arild Andersen)이나 래리 그레나디어(Larry Grenadier)를 느꼈다. ‘The Path Less Traveled’ 같은 곡에서는 마크 존슨(Marc Johnson)을, ‘Blossoms in the Spring Day’에서는 키스 자렛(Keith Jarrett)과 함께 하는 개리 피콕(Gary Peacock)을, ‘Between the Lines’에서는 폴 체임버스(Paul Chambers)를 느꼈다.
모던한 플레이가 음반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재즈의 오랜 히스토리와 많은 스타일들이 그의 음악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전재근이 이 앨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벌려 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하나로 통일된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다양한 스타일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은 전재근의 곡, 그 자체다. 작곡 능력으로만 본다면 그는 베이시스트이기 이전에 뛰어난 ‘스토리텔러(storyteller)’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음악적으로 의미가 있는 멜로디 라인, 오밀조밀한 편곡으로 그는 10개의 ‘비네트’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 짓는다.
당연히 베이시스트로서의 노련함도 앨범에서 엿볼 수 있다. 최경식의 색소폰, 박상연의 기타, 이영우와 곽정민의 피아노, 강세민의 드럼을 조화롭게 이끄는 것은 전재근의 베이스다. 탄탄한 리듬감의 워킹과 곡에 따라 적절하게 변하는 솔로 스타일은 그 자신의 곡을 스스로 빛내고 있다. 특히 발라드 넘버들에서 선보이는 솔로에서는 한 음, 한 음마다 섬세한 감성을 싣고 있다. 연주하고 있는 그의 표정이 상상될 정도다.
재즈 팬이라면 베이시스트가 리더로서 활약한 음반에 대한 선입견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베이스가 돋보이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희생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편견 말이다. 전재근은 이 앨범에서 스스로 돋보이면서 또한 다른 뮤지션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그 오묘한 접점의 순간과 넘침과 부족함의 황금 비율을 전재근은 깨닫고 있는 것이다.
곡 스타일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사운드도 이 앨범을 가치 있게 하는 성과 중 하나다. 한 곡 안에서도 컨템퍼러리한 느낌과 하드 밥스러운 느낌이 교차가 되곤 하는데, 사운드 또한 이에 맞춰져 있다. 2016년 봄, 우리 재즈를 더욱 자랑스럽게 할 음반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권오경


정체성 -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순간의 연속인 삶

상황에 따른 자신의 반응과 선택
자신의 성향과 습성
인간관계 의 서로 ‘다름’
팽팽한 양극단 사이
갈등과 충돌로 잠 못 이루는 밤

진리와의 대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내 생각은 너의 생각과 다르고 내 길은 너의 길과 다름이니..”
부딪침과 깨어짐의 반복
사랑함과 소망함
변화된 삶의 의미와 목적
생명탄생의 축복

이번 앨범(Vignette)은 삼십대를 지내며 마음의 혼란이 올 때마다의 기억을 음악적
구성으로 정리한 것으로 지금 이 곳에 살고 있는 나는 계속되는 문제 앞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가’ 를 고민한 작품집이다.

베이시스트 전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