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O.S.T.

깡패 조직의 두목인 공상두. 외과 레지던트인 채희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계 속의 두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예정된 비극으로 치닫는 사랑. 그 사랑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면 이 영화가 그 놀라운 흥행 탑을 쌓을 수 있었을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예감한 비극적인 여운과 가슴 속을 애태우는 그리움의 시선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기억되는 영화. 그것이 비현실적이고도 속이 뻔히 내비치는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게다가 보는 내내 눈가에 이슬이 마르지 않게 부추기는, 그 여성 취향의 러브 스토리에다가 백마 탄 왕자처럼 아찔하게 눈앞을 가로막는 박신양, 그리고 스크린을 터질 듯이 채우는 전도연의 사랑스러움이 매혹적으로 어우러져 이 영화를 값싼 멜로 드라마에서 한 차원 승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불 좀 꺼주세요>, <돼지와 오토바이>등과 같은 연극으로 극작가로서 성공을 거둔 이만희 씨의 무리없는 시나리오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의 김유진 감독의 탄탄한 연출, 그리고 이 두 주인공의 빛나는 연기가 조화를 이뤄 낡고 진부한 러브 스토리에 생기를 더하는 작품. 거기에 금상첨화(錦上添花) 식으로 가슴 한 복판에 안타깝게 꽂히는 영화 음악 덕분에 눈물 샘은 도무지 마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영화를 보면서 충분히 느꼈다시피 우선 영화 개봉 전부터 무차별적으로 리퀘스트되던 영화의 주제곡은 다름 아닌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의 매력적인 여가수 제시카(JESSICA)의 'GOODBYE'다. 원래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가 불렀던 이 곡이 영화 속에선 제시카의 호소력 짙은 보컬에 실려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슬픔을 절절하게 짚어내고 있다. 특히나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마이다스 손을 자랑하는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와 그의 부인인 린다 톰슨(LINDA THOMPSON)의 합작품으로, 영화를 위해 직접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만큼 심금을 울리는 매력적인 사랑의 테마를 발견하기는 힘들었을 듯. 그렇듯 이 안타까운 이별의 비가(悲歌) 'GOODBYE'가 영화를 온통 사로잡는 신묘한 힘을 발산하지만, 사운드트랙엔 깜짝 선물처럼 예상치 못했던 보컬 곡이 또 하나 담겨있다. 바로 일본의 서던 올 스타스(SOUTHERN ALL STARS)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이토시노 에리가 허스키함이 돋보이는 가수 박상민에 의해 리메이크 돼 매력적인 숨결을 토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ELLIE MY LOVE'란 제목의 이 곡은 사실 레이 찰스(RAY CHARLES)가 리메이크 했을 때의 영어 제목.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 속을 숨가쁘게 채워놓는 것은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처럼 애틋하고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마다 섬세한 감성을 이끌어내는 감각있는 작곡가 조성우씨의 영화 음악들이 아닐까? 그는 22인조의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영화의 메인 테마를 비롯, '희주의 테마', '약속을 위한 발라드'처럼 각각의 분위기와 주인공에 어울리는 사려 깊은 멜로디를 이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피아노, 기타, 오케스트라, 색소폰, 트리오 버전은 물론 잼까지 악기 편성에 따른 다채로움을 시도해 변화와 다양성을 시도하고 있음도 유의해 볼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일면 상투적인 러브 스토리에 새로운 변화의 징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이후 가장 강력한 최루성 러브 테마인 제시카의 'GOODBYE'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인 사운드트랙이다. - GMV 1998년 12월  권영 (OKC0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