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문 - SOUNDING THE SILENCE

시대를 앞선 거인에 대한, 시대에 맞는 공경의 표현. 리하르트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프로젝트, 21세기 재즈의 어법으로 재해석된 바그너의 예술세계

맨해튼 한 켠의 고즈넉한 교회당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이 음반에는, 오페라 ‘탄호이저(Tannhauser)’의 서곡을 비롯해 ‘베젠동크 가곡집(Wesendonck Lieder)’ 중 다섯 번째 곡 ‘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1막 전주곡과 3막 ‘사랑의 죽음(Liebestod)’, 그리고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사이클 중 두 번째 오페라 ‘발퀴레(Die Walkure)’의 3막에서 ‘발퀴레의 기행(Walkurenritt)’과 ‘마법의 불(Feuerzauber)’ 두 곡이 발췌되어 담겨 있다. 일곱 개의 리컴포지션 작품들은 바그너 음악의 특질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토대로 본격적인 비밥(bebop)의 랭귀지에서 현대적인 재즈 하모니제이션 기법들까지 충실하게 아우르고 있다.

음반의 주축을 이루는 두 젊은 연주자들의 스윙 감각과 임프로비제이션 능력은 수준급이다. 리더인 베이시스트 최광문은 세계적인 재즈 교육기관 뉴 스쿨 음악원(The New School for Jazz and Contemporary Music)을 4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퀸스 컬리지(Queens College)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재즈의 수도 뉴욕을 무대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 왔다. 현대를 대표하는 베이스 거장 래리 그레나디어(Larry Grenadier)를 사사했으며, 현지 유력 일간지인 뉴욕 데일리 뉴스(New York Daily News)에 소개되며 그 인상적인 연주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데뷔작 ‘Original Intension’을 비롯한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해 호평을 얻었다. 최광문의 전작 ‘Splendor of Innocence’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문경환은 최광문의 퀸스 컬리지 동문으로, 재즈 트럼펫 거장 하워드 브롭스키(Howard Brofsky)로부터 일찍이 “진정한 비바퍼(bebopper)”라는 찬사를 들은 바 있다.

브롭스키 박사는 이태리와 프랑스의 여러 음악학교에서 클래식과 재즈를 가르쳤고, 노르웨이의 한 대학에서 음악사 수업을 담당하던 무렵에는 저서 ‘음악 청취의 기법(The Art of Listening)’을 발표한 바 있는 저명한 음악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퀸스 컬리지 대학원에서 재즈 앙상블과 재즈 역사를 지도하고 있으며 굉장한 바그네리안(Wagnerian)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두 애제자를 위해 손수 피아노를 연주하며 바그너 음악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뉴욕의 치열한 재즈 씬에서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확고한 커리어를 확보해 온 보컬리스트 한승희가 특별히 게스트로 참여, 노련한 음악성으로 두 후배 연주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승희는 최근 자신의 두 번째 리더작 ‘Sketches on the Sky’를 발표해 보스톤 글로브, 올 어바웃 재즈 등 미국 현지의 수많은 매체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