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림 - 발라드 (EP)

고요한 불안을 잠재워줄
아름다운 시에 붙인 노래

비트와 육욕으로 가득채워진 음악들 사이에서 홍혜림의 노래는 초라하기 보단 소름끼칠 정도로 고요하고 흔들림이 없다. [HONG HAELIM]은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이자 5곡으로 이루어진 EP앨범이다. 사람의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에 대한 차분하고 편안한 5곡의 노래는 1집 [As a flower]이후 3년의 시간동안 더 단단하게 뿌리내린 그녀의 음악세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스냅사진’이라는 표현

홍혜림은 애써 ‘스냅사진’이라는 표현으로 앨범의 느낌을 말했다. 사진에 찍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록된 자연스러움, 소위 민낯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겪은 변화의 좋고 나쁨 모두를 마주할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편곡, 어쿠스틱 악기들의 미묘한 음색의 변화, 가사와 음악사이의 뉘앙스를 매끄럽게 조절하는 보컬은 소위 ‘스냅사진’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준다.

섬세하고 절제된 가사

타이틀곡 ‘말린 꽃’ 은 말린 꽃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얻는 위안을 노래이고, ‘초록땅’은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안식처에 관해 노래한다. 그녀의 음악은 이런식으로 사람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단어와 문장은 날카롭게 날이 선 비판도 아니며 욕망의 출구를 헤매지도 않고, 애매하거나 모호한 상징이나 읊조림이 아닌 사람들이 공감하는 어떤 곳에 대한 민낯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