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우 - 이야기 하나 (EP)

싱어송라이터로서 한발을 내딛은 이보우의 첫 번째 EP 앨범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한 이보우는 밴드 활동 및 세션 활동 등 기타리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이를 통한 많은 뮤지션들과의 교류는 연주를 뛰어넘어 이보우 본인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열의로 표출되었다. 또한 이러한 그의 열의는 작사, 작곡, 기타, 보컬, 프로듀서까지 모두 혼자 해내면서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에 국한되지 않은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뮤지션으로서의 서막을 그려냈다.

*1970년대 포크 음악의 재해석, 그리고 그가 꿈꾸는 포크 음악의 부활

이번 이보우의 “이야기 하나" 앨범은 다소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부르는 2030세대의 이야기이다. 이보우의 음악은 그의 음악인생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준 故김광석, 故유재하의 감성, 서정미를 묘하게 닮아 있으며 이러한 그의 음악관은 어쿠스틱 음악을 표방한 사운드 메이킹 관점을 탈피해 리얼 어쿠스틱을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린 포크 음악적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다. 그렇다고 이보우의 음악을 포크 음악이라고 정의하기엔 순간 돋보이는 블루스의 색채는 또 다른 그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는 가슴에 내재된 이야기를 꺼내어 대중에게 읊어내고 있으며 이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치유의 음악 이자 그들의 희노애락을 이 전의 음악들과 같지만 다른 각도에서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별하지 않은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이번 EP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의 “여행길”은 다이내믹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곡으로 3인조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곡은 여행이라는 테마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으며, 하늘하늘한 봄바람을 타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여행길의 즐거운 기억, 상상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이다. 음반 제작자이자 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차일훈의 편곡으로 특색 있는 밴드 사운드가 가미되었으며, 오랜 기간 음악적 교류를 해 온 베이시스트이자 원맨밴드 “어쿠스틱 퍼퓸” 최수원의 베이스 연주 참여로 곡의 완성도를 다져내었다. 다음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Fall in Love”로 이 곡은 사랑에 빠진 약간은 어리숙한 남자의 사랑 노래로 한동안 시대의 트렌트였던 나쁜 남자에 반하는 착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착한 남자의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는 게 아닌 그런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자도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이런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밴드 “크리스탈 레인”의 보컬 크리시의 피쳐링 참여로 곡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으며,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 불리는 작, 편곡가 이기현 프로듀서의 드럼 연주, 베이시스트 최수원의 참여 및 작곡가 차일훈의 편곡으로 곡의 탄탄한 틀을 만들어 내었다.

앞의 노래들이 달콤하고 흥겨운 노래였다면 뒤에 수록된 노래들을 통해 진중한 그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보우 자신의 내면을 여과 없이 내비친 곡들이다. “지난 내겐 하지 못 할 이야기”는 과거의 자신에게 지금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럴 수 없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의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때 그랬었다면..‘하고 공상해 본 기억을 떠올린다면 이 곡이 주는 묘미에 좀 더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트랙은 “멀어져가”로 과거의 상처로 새로운 사랑에 두려워하지만 용기 내어 한걸음 내딛어 다가간 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사랑 또한 다시 점점 멀어지고 있음에 또 다시 사랑을 추억할 수밖에 없는 쓸쓸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사랑에 대한 슬픔이라기 보단 애증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 곡의 백미는 저음부에서 무겁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로 이를 통해 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연출해냈다. “10년전 나에게 쓰는 편지”는 포크 음악이 유행하던 1970년대의 향수가 짙은 음악으로 좀 더 섬세한 감성으로 곡의 흐름을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10년 가까운 그의 음악 인생을 풀어낸 가사로 그가 겪어온 세월의 이야기는 또래의 2030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본다.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It's Over”는 흡사 “데미안 라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영국식 포크 락의 색채를 강하게 띈 곡으로 허망하게 끝나버린 일들에 대한 자조 섞인 말들로 응어리진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 앨범은 여섯 곡이 수록된 EP 앨범이지만 음악적 스팩트럼은 여느 정규음반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앨범의 여섯 곡을 통해 다르지만 같은 감성과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다음 음반이 기대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이보우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