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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은 트리오 - THE END AND EVERYTHING AFTER

KACD0606 / 880479501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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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소개

누가 ‘모던 이후’의 세상을 꿈꾸는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유년 시절, 음악에서 맛볼 수 있는 다른 세상의 가슴 벅참을 처음으로 경험하던 그 때,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이미 사람들이 셀 수없이 많은 곡을 만들었을 텐데 어쩜 이렇게 모든 음악이 새롭고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는 걸까? 물론, 음악은 단순히 멜로디와 리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서와 지향에 따라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는 걸 곧 깨달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다양성이 안겨주는 매력은 크게 자리했던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그 추억 때문에, 작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 때문에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음악인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주어진 독창성 획득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묵직한 부담감을 안겨주는지 안쓰럽게 생각될 때가 많다. 사실 음악인들은 이미 정립된 어법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일가를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드시 새롭지 않아도 대중들은 익히 그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에 대해 변치 않는 애정을 선사하므로... 그러나 음악인의 입장은 이와 정반대가 아닐까? 무릇 한 연주자에게서 다른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그 연주자는 이를 스스로에 대한 모욕으로 느낄 법하다. 대중들이 박수를 보낸다 해서 서둘러 만족하고 한 자리에 머무는 연주자는 잘 해야 다른 음악인의 작품에서 일급 세션 연주만 펼칠 뿐이다. 그게 무가치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역사는 그런 ‘기술자’들의 이름을 교과서에 올리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대중은 끊임없는 익숙함을 요구하지만, 단언컨대 음악은 새롭기 위해 태어난 이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했다.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작년에 녹음한 이 앨범은 시종일관 높은 소리로 외치고 있다, “나는 새롭고 싶어, 나는 반드시 새로워야 해.” 서두에서 언급한 내용에 의거한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나는 뜨거운 격려의 갈채를 손이 아프도록 쳐 주고 싶다. 무엇보다 그녀는 단 한 장의 앨범, 즉 데뷔 앨범만으로 독창성의 근간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고, 수록된 9곡 중 어느 하나라도 클리셰의 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름대로 재즈계에서 일정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하더라도 이는 타당한 선택이자, 촉망받는 한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기대하고픈 자신감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단지 새롭기 위해 이 곡들을 쓰고 연주에 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설이지만, 새로움은 철저하게 학습되는 것이다. 배장은의 경우에 이를 대입한다면, 이 앨범은 지난 10년 동안 그녀가 얼마나 치열한 학습의 과정을 거쳤는지 대변하는 결과물인 셈이다. 내가 그녀의 음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에 대한 신뢰 때문이며, 그 믿음은 무엇보다 참신한 작곡 스타일에 기인한다.

앨범에서 다룬 스탠더드는 끝 곡으로 선택한 ‘You Don't Know What Love Is’ 뿐. 밴드 멤버의 창작곡 하나와 다른 분야에서 소재를 차용한 두 곡을 제외하면 앨범의 핵심을 구성하는 곡들은 모두 배장은의 것이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첫 곡인 ‘Liberation Amalgamation’과 두 번째 곡인 ‘Secret Place’를 마주해 보라. 이 두 곡만으로도 그동안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혹은 벗어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던 이른바 ‘한국의 이미지’를 그녀는 보란 듯 훌훌 떨쳐버리고 있다. 제목만 놓고 보면 내심 상투적인 서정성의 연출이 우려됐던 ‘My Mother's House’도 배장은의 이미지와 지향이 시쳇말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딸’이 아닌 ‘세계를 향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폭넓은 연주자’의 그것임을 드러내지 않는가? 배장은 스스로 앨범의 핵심이라 지명한 독주곡 ‘Donaquelle’―도나우 강이 시작되는 작은 우물의 이름으로 2002년 독일 투어 때 만든 곡이란다―에 이르면 이러한 심증을 보다 적나라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Wayfaring Stranger’를 서주로 도입하여 연주한 ‘강변 살자’ 또한 한국의 정서를 재즈로 옮겨놓았다는 느낌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곡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실제로 나는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재즈를 10년 이상 꾸준히 마주해온 몇몇 지인들에게 이 앨범의 곡들을 들려주었다. 모두들 깊은 관심을 표했지만 아무도 한국 연주자의 것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처음부터 재즈 연주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며,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비로소 방향을 재즈로 정할 만큼 음악 자체에 대한 충실한 관찰을 선행했다. 그리고 그녀가 본격적인 학습의 장으로 선택한 곳은 명문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노스 텍사스 주립대(University of North Texas). 이곳에서 재즈를 공부하며 부전공으로 클래식 피아노를 다시 섭렵할 만큼 그녀는 왕성한 학업 과정을 거쳤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재즈 교육인 협회 주최의 행사에도 두 번이나 참여했고, 2002년부터는 유럽을 비롯한 여러 곳을 돌며 투어를 하기도 했다. 트럼페터 데이브 더글라스(Dave Douglas)가 마련한 캐나다 반프(Banff)에서의 워크샵―최근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참여도 큰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대략 이 정도의 이력이라면,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배장은의 음악 스타일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단지 이런 경력을 지녔다고 모두 좋은 결과를 맺는 것은 아니다. 모르긴 해도, 그 세월을 거치며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어떤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겠다.

그녀의 또 다른 성과는 작곡 스타일 못지않게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연주와 구성에 있다. 예컨대 드러머 존 다이트마이어(Jon Deitemeyer)와 함께 편곡한 ‘Paganini’의 경우 선명하게 드러나는 멜로디가 여러 다양한 환경 속에서 다른 밑그림을 배경으로 연출되는데, 마지막의 서정적인 발라드에 이어 다시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한 마무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앨범의 숨겨진 백미라 해도 좋겠다.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으레 어떤 식이든 종결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런 흐름에서 맛볼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매우 크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앞서 거론한 ‘Secret Place’나 ‘Donaquelle’, 그리고 ‘After He Has Gone’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After He Has Gone’에서 수려하게 리듬을 타는 솔로 연주는 다이내믹의 흐름이 일품이고, 존 다이트마이어의 창작곡인 ‘Procrastination’과 ‘You Don't Know What Love Is’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솔로를 제외하고 곡의 테마만을 앨범에 실은 ‘Liberation Amalgamation’은 그 전개 과정을 마주할 수 없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원래 관악 파트와의 협연을 위해 만든 곡이라 하니 앞으로 다른 앨범이나 무대를 통해 맛볼 기회가 있겠다.

작곡이나 구성, 연주, 모든 면에서 참신한 면모를 드러낸 배장은의 이 앨범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앙상블에 있다. 베이시스트 라이언 맥길리커디(Ryan McGillicuddy)와 드러머 존 다이트마이어는 배장은과 함께 수학한 동문들이며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만큼 섬세한 협연을 펼쳐낸다. 존 다이트마이어의 그루브는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곡의 포인트를 충실히 제시할 만큼 믿음직하며, 라이언 맥길리커디의 톤은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선호할 안정적이고 넓은 톤을 지녔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개성을 지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트리오는 베이시스트와 드러머가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초점을 맞추어 전체 그림을 완성시키는데 머물지 않는다. 내가 배장은의 연주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강점은 특히 베이시스트가 솔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앙상블을 위해 선택하는 어법이 미처 기대하지 못한 자극으로 다가온다는 데 있다.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그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상태니 앞으로 지속적인 작품 발표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2005년부터 여러 무대를 통해 이미 그녀의 음악성은 우리 재즈 팬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바 있지만, 피아니스트 배장은은 모던 재즈를 기반으로 한 ‘모던 이후’를 지향한다. 굳이 그 성향을 따지자면 이미 포스트-모던의 흐름에 더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본다. 설사 그녀에게 안정적인 모던의 이미지를 간직해야 할 현실적 이유가 주어진다 해도, 나는 더 진취적이고 당돌한 실험의 마음을 요구할 참이다. 이는, 어설프게 우리나라 재즈계의 발전을 들먹이며 사회적 기능의 의무를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걷고 있는 길의 색채와 얼개가 그러함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욕심을 부려도 될 것이며, 적지 않은 동료들이 그 길에 동참할 것이다.

하여, 또 다른 10년이 흐른 뒤에 그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 꼭 알려주기 바란다. 간혹 그 길 위에서 떨칠 수 없는 외로움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면 결코 그 길을 홀로 걷고 있지 않았음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러한 당부는, 이제 단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 신인이라면 신인인 한 피아니스트가 우리에게 선보인 것들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미래를 위한 간절한 소망이다. 단지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미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연주자에게, 자신의 길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는 연주자에게 어찌 응원의 한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런 음악인이 우리 곁에 자리하게 된 것, 나는 세상을 잘못 살지 않았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BBS-FM “밤보다 아름다운 음악” 진행)

수록곡

DISK(CD) 1.
01.Liberation Amalgamation00:02:04
02.Secret Place00:06:54
03.My Mother's House00:05:05
04.Donauquelle :The End and Everyting After00:03:53
05.The Theme of Paganini00:06:30
06.After He Has Gone00:05:01
07.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 & 엄마야 누나야00:07:01
08.Procrastination00:06:39
09.You Don't Know What Love Is00:06:44

참여 아티스트 정보

  • - 배장은 트리오 [JANGEUN BAE TRIO]